[ 예장 합동총회 평가 2 ] 대외관계 – 고뇌 속 걸어가는 '열린 보수'의 길
상태바
[ 예장 합동총회 평가 2 ] 대외관계 – 고뇌 속 걸어가는 '열린 보수'의 길
  • 김성윤 편집국장
  • 승인 2019.10.07 0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복음주의연맹(WEA) 교류 허용, 보수 교단 국제교류 물꼬 터

천주교 '이교' 규정, 세계교회 웃음거리 피해... 헌의 진정성 의문

'열린 보수'와 '사회적 보수'의 위태한 이중주... 실험은 성공할 것인가? 

 

세계복음주의연맹(WEA) 교류 문제에 대해 총대들이 전자 투표하고 있다.
세계복음주의연맹(WEA) 교류 문제에 대해 총대들이 전자 투표하고 있다.
'열린 보수'의 길을 선택한 총대들의 투표 결과
'열린 보수'의 길을 선택한 총대들의 투표 결과

올해 예장 합동 총회는 대외관계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세계복음주의연맹(WEA)과의 교류에 대해서 개별적 교류에 대해서는 열어 놓았다. 교단이 공식적으로 WEA에 가입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별인사와 교단 내 단체와 개인이 교류하는 것은 허용한 것이다. 사실상 열린 보수의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천주교 이교 규정 문제... 마음은 이해하나 현실은 과도 평가, 극단 피해

이 지점에서 유의해 볼 것은 천주교 이교 논쟁에서 드러난 상당한 논쟁이다. 천주교를 이교로 지정했다면 합동측 교단은 교계 뿐만 아니라 세계 교회 안에서 우스개거리가 됐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것을 밀어 부치는(?) 사람들의 강도도 적지 않았다. 과연 진짜로 천주교를 이교로 지정하려고 했는지 지금도 의심스럽다. 신학교 교수들도 연구를 맡은 교수 5명 중 4명이 이교 지정에는 사실상 반대했다. 신학적으로는 문제가 있지만, 종합적으로 이교로 결정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였다. 물론 표결을 했다면 이들은 과반수에 못미쳤을 것이다. 합동측이 그렇게 극단적 교단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현장에서의 격렬한 요구는 그 진정성이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검토를 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과연 진정으로 이교로 지정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었는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인가? 그런 극단적 결정을 하는 것이 과연 교단과 한국교회에 도움이 되는 것인가? 나만이 진리라는 오만함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 스스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물론 그들의 진짜 마음은 앞으로 드러날 것이다.

어쨌든 열린 보수를 지향하는 다수 총대들의 의사가 현장에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한 많은 헌의안과 신학적 검토 및 정치적 결정이 내려졌다. 복음주의 단체들과의 관계 문제에서도 장로교적인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그에 입각한 지도를 강화할 것을 요구했지만, 교류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문을 열어놓았다. 총회 장소에도 국내 교단, 교계 지도자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교단 지도자들이 다수 참석해 인사 시간을 가졌는데, 이 또한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보수 진영의 국제 교류에 활기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교회의 국제 교류는 NCC와 WCC 계열의 독점적 영역이었다. 여성안수와 사회참여 문제에 대해 개방적인 이들이 국제 연결망을 완성하면서 NCC 계열의 교단이 절대적 우위를 갖고 있다. 과연 열린 보수의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있어 이념적 공통성과 행동의 통일성을 갖는 방향에서 어떻게 국제 관계망을 세울 것인지가 과제로 남아있다.

또한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반동성애, 국가인권위원회법, 차별금지법, 지방자치 단체 학생인권조례 등 주로 사회참여 성격의 문제에서 사회적 보수의 입장에 서 있는 것이 시대 변화에 대한 인식에서 교단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시각 차이를 어떻게 대변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반동성애 문제와 차별 금지법 문제에 대해서는 교단 내의 입장으로 완전히 정리돼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인권 문제와 여성 문제 같은 다른 각론적 문제는 다양한 입장이 존재할 수 있는 사안이다. 특히 남북관계 문제 같은 것은 단일한 입장으로 정리할 수 없는 성격의 문제이기도 하다. 상황이 이렇다면 사회적 입장을 제시하고 전개하는 데 있어서 사회적 보수 세력으로 만 위상을 잡는 것이 교단 내의 입장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극단의 사회적 보수' 경계해야

또한 동성애 문제 등 명백한 사안의 경우를 제외하고 다른 여러 사안에 대해 사회적 보수 입장을 내세우는 것이 교단의 교회들에게 반드시 이로운 것만도 아니다. 과거 보수세력이 사회를 주도하던 때는 이로웠을지 모르나 지금은 국가와 사회 자체가 전환하고 있는 시대이다. 그런데 사회적 보수 진영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한다면, 교단의 개별 교회 목회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정치적 이념의 다양성의 시대, 경제적 양극화의 극단적 심화의 시대, 사회적 계급 계층의 분열과 대립의 시대, 남북간 대립과 대화가 교차되는 불투명하고 갈등이 고조되는 시대 전환 상황인 한국 사회에서 일방적 보수 세력 만을 대변하는 사회적 입장으로 일관한다면, 교단 소속 교회들의 목회 환경은 더 어려워 질 것이다. 이는 개별 교회나 개별 목회자의 능력으로 이겨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세습 문제로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된 명성교회의 경우 교단이 헌법을 부정하는 결정으로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고, 언론에 나오면서 교단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있다. 때문에 새문안교회 등 교단 주축 교회들은 교단 총회의 결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일이 합동측 교회에서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대교단으로서 열린 보수를 지향하는 모습은 이런 시대 흐름에 발맞추려는 다수 총대들의 뜻과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다.

과연 열린 보수의 대외 정책은 향후 어떻게 구체화 될 수 있을 것인가? 한국교회는 합동측의 의미 있는 변신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