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험에도 미국 시위 멈추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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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험에도 미국 시위 멈추지 않는 이유
  • 최재영 목사
  • 승인 2020.06.1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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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미국 시위의 배경과 양상

미국 코로나19 확진자가 200만명에 달하고, 12만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흑인 플로이드의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시위의 배경과 양상에 대해 미국 현지 언론인 최재영 목사의 기고를 싣는다.[편집자]

플로이드가 무릎으로 목졸려저 사망하는 모습

 

플로이드 사건, 분노의 기폭제가 된 배경

조지 플로이드 사망 발생 직후인 5월 28일 한밤중에 일어난 미니애폴리스 시민들의 첫 시위소식을 접한 나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라며 혼잣말을 내뱉을 정도로 모든 것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플로이드 사건으로 촉발돼 미 전역으로 시위와 폭동이 확산된 구체적인 배경을 살펴보자.

먼저 플로이드 사건과 아주 동일한 사례가 몇 년 전에도 발생했다. 2014년 7월 뉴욕시 소속 백인경찰들이 흑인남성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벌떼처럼 달려들어 팔로 목 졸라 죽인사건이 있었다. 에릭 가너라는 흑인남성을 진압하면서 백인경찰이 뒤에서 팔로 목을 조르는 동영상을 보면 평소 천식을 앓던 그가 목이 졸리면서 수차례 “숨을 쉴 수 없다!”는 장면이 포착됐고 그는 곧바로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숨졌다.

뉴욕시 검시관도 “목이 졸려 질식에 의해 살해된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으나 뉴욕시 스태튼아일랜드 대배심에서는 “고의성이 없으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 허용된 행동이었다”며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2014년 7월 뉴욕시 경찰들이 에릭 가너라는 흑인남성을 제압하면서
목을 졸라 죽이는 장면(우측)과 사복 경찰이 수갑을 채우려는 장면(좌측)

그리고 이 사건에 이어 또 다시 미주리주 퍼거슨 지역에서 비무장 흑인청년을 백인경찰이 총격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결국 이 두 건은 백인경찰관에 대한 불기소 결정이 내려져 더욱 파문이 커졌던 사건들이다. 이에 시민들은 즉각 거리로 나서 대배심의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타임스스퀘어, 록펠러센터 인근, 그랜드센트럴역 등 뉴욕시 곳곳에서 “숨을 못 쉬겠다” 구호와 퍼거슨 시위구호 “손들었으니 쏘지마” 등을 외쳤고, 일부는 죽은 듯이 드러눕는 ‘다이인(die in)’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 후로도 유사한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연이어 발생했고 올 새해 벽두부터 플로이드사건 때까지 백인경관이 흑인청년들을 총격 살해한 사건들이 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그렇다면 올 초부터 시작된 흑인들이 백인경찰들의 표적이 된 중요 사건 두 가지만 살펴보자. 올 2월 조지아 주에 사는 25살의 비무장 흑인청년 아후마우 알버리가 자기 동네에서 조깅하다 전직 백인 경찰과 그의 아들이 무차별적으로 쏜 총에 맞아 그 자리에서 숨졌다.

무장한 백인부자는 강도라고 의심해 자기방어 차원에서 총을 쐈다고 주장해 그 어떤 법적 처벌도 받지 않았다.

이어서 올 5월 7일엔 인디애나 주에 사는 21살 흑인 청년 숀 리드가 백인경관들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과속운전과 신호위반혐의로 추격하는 과정에서 정지명령에 불응했다면서 수십 발의 총을 쏜 것이다. 테이저 건이나 물리력으로 진압으로도 체포는 충분했는데 과잉대응으로 죽은 것이다.

두 사건 모두 가해자들에 대한 불기소 결정이 내려져 파문이 커졌다.

이에 리드의 가족과 흑인 사회, 현지 시민단체 회원 수백 명은 사건 당일 밤 현장으로 달려가 경찰의 과잉 대응에 항의시위를 벌였고, 시위는 며칠 동안 계속 이어졌다. 그 후 2주가 지난 5월 25일, 마침내 미네소타 주에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는 주범과 공범3인등 모두 4명의 경관이 가담했다.

 

주범 쇼빈을 비롯해 공범 3인의 사진. 왼쪽부터 토우 타오, 데릭 쇼빈,
J 알렉산더 킁, 토머스 레인.

 

앞선 두 사건의 연장선상에서 플로이드 사건에 대한 시위와 폭력사건이 터진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이 다른 사건들보다 더 대중적으로 폭발적 분노를 일으키게 한 것은 플로이드를 제압하던 경관들은 이미 수갑을 채운 상태에서 토우 타오, 알렉산더 킁, 토머스 레인 등 3명의 경관이 달려들어서 바닥에 쓰러뜨린 후 그 중 두 명은 플로이드의 양 다리를 잡아 꼼짝 못하게 했고 너머지 한 명은 등에 올라타서 몸뚱이와 양팔을 제압해 짓눌렀다. 그리고 주범인 데릭 쇼빈은 자신의 왼쪽 무릎으로 목을 짓누르며 압박했다. 결국 네 명의 경관들은 한 명의 수갑 찬 흑인 용의자를 대상으로 과잉제압의 수준을 넘어 집단적 살해를 저지른 것이다.

그러나 주범 쇼빈은 길가다가 목격한 일반 시민들의 강한 만류와 항의에도 불구하고 마치 살인행위를 즐기는 듯 주머니에 손을 넣고 죽어가는 자의 애절한 절규와 애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유 만만한 태도로 무려 5분 53초 동안 뒷목을 압박해 마침내 사망케 했다. 그러나 쇼빈의 잔학성은 플로이드가 의식을 잃으며 절명한 이후부터 드러났다.

플로이드가 절명해 미동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2분 53초를 더 짓눌렀고 심지어 구급차가 도착해 의료진들이 들것을 들고 자신에게 가까이 도착해 비켜달라고 할 때까지 요지부동 만행을 저지렀다.

쇼빈은 총 8분 46초 동안 목을 압박하며 살해하는 장면을 찍은 영상물들이 유튜브와 SNS로 퍼지면서 이에 분노한 미니애폴리스 시의 흑인들은 물론 타인종과 백인들까지 분노하여 합세하면서 처음으로 시위와 폭동을 일으켰다. 드디어 28일 밤에는 미니애폴리스의 월마트와 해당 경관들이 근무한 경찰서가 시위대의 공격으로 불타는 것을 시발점으로 결국 그동안 참아왔던 흑인들과 타인종 그리고 일반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하며 미 전역은 물론 한국 등 전 세계로 시위가 확산되는 도화선이 된 것이다.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벽화 아래서 망연자실한 표정의 흑인이 애통해하고 있다.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벽화 아래서 망연자실한 표정의 흑인이 애통해하고 있다.

시위가 계속되는 이유

미국은 전 세계에서 이민 온 다인종 다문화 커뮤니티로 구성된 사회다. 그러나 아직도 백인만이 주류사회 핵심구성원이며 타인종 들은 아웃사이더라는 백인우월주의 인식이 팽배해있다.

그와 동시에 같은 소수민족끼리도 인종차별을 하는 경우가 많다. 흑인이 한인을, 한인이 흑인을, 남미에서 온 라티노들이 흑인과 한인을, 한인들이 라티노들을 차별하고 있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특히 한국에는 외근인 근로자들을 차별하는 문화가 아직도 남아있는데 집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새듯 이곳 미주에는 사업이나 장사를 하는 한인들 중에는 자기들이 거느리는 라티노 종업원들을 너무 홀대하고 차별하는 경우를 쉽게 본다.

반면 필자는 최근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남미 이민자의 어린 자녀에게도 인종차별을 당한 적이 있다.

7년 전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로 이사 온 나는 매일 저녁마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산책을 한다. 그럴 때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남미 계열의 초등학생 서 너 명이 나를 발견하면 아무 이유 없이 키득거리며 따라다니면서 놀려댄다.

자신들도 남미에서 온 이민자이면서 다 큰 아시안 성인 남성인 나를 향해서 인종차별 발언을 하면서 즐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여성이나 노인, 학생들이나 다른 커뮤니티에서는 안 봐도 비디오일 정도로 은연중 혹은 노골적으로 인종차별을 당하고 있다.

결국 나는 그 아이들을 어느 날 조용히 불러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너희 부모들과 아파트 매니저, 그리고 학교선생님을 불러서 당장 리포트 할 것이고 너희들의 행동을 법적으로 처벌받게 할 것이다”라는 경고를 하고 나서야 그 아이들의 정중한 사과를 받을 수 있었다.

지금은 그 아이들이 보다 더 성숙해졌고 멀리서 나를 봐도 반갑게 인사하며 친근하게 대한다.

또한 백인경찰들의 과잉진압과 총격사건에서도 단지 흑인뿐 아니라 한인들도 자유로 울 수 없다.

내가 알고 있는 사건들만 해도 무수히 많다. 2007년 12월 남가주 오렌지카운티에 사는 20대 한인청년이 라하브라 시내 세븐골드 리커스토어 앞에서 백인 경찰관의 총격을 받고 즉사했다. 또한 2009년 4월 새벽 LA인근에서 13개월 된 딸을 태우고 가던 한인여성이 경찰의 정지 명령을 무시하고 달아나다 경찰의 백인경찰의 총격에 숨졌다. 이틀 후인 4월 12일에는 샌프란시스코 인근 폴섬의 한 주택에서 23세 한인청년이 역시 백인경찰의 총격에 숨졌다. 그리고 몇 년 전 부활절 직후 필자가 거주하는 인근에 있는 LA동양선교교회로 새벽예배를 가던 60대의 교회 여성신자가 주차장 입구를 가로막고 있던 경찰차에게 비켜달라는 의미로 서너 번 가벼운 경적을 울렸다고 경관들이 교회주차장까지 따라 들어와 불러내서 갑자기 바닥에 쓰러뜨리고 수갑을 채웠고, 그것도 모자라 넘어진 상태에서 끌고 가느나 얼굴이 바닥에 긁혀 피를 흘리며 상처가 났고 등과 어깨에 부상을 입은 사건도 있었다.

조지 플로이드의 금속관이 장례식 예배를 위해 강단에 안치돼 있는 모습.
조지 플로이드의 금속관이 장례식 예배를 위해 강단에 안치돼 있는 모습.

이처럼 미국 땅에 살고 있는 흑인들과 한인 등 소수인종들이 백인경찰로부터 느끼는 일상의 위협과 선입견은 뿌리가 깊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것은 이 문제가 조금씩 해결될 기미는커녕 오바마 시절보다 트럼프 당선 이후 그 정도가 나날이 심해지고 노골화 되어가고 있다는데 있다. 이는 여러 통계와 수치가 정확히 말해주고 있다.

그런 와중에 아직도 해소되지 않고 쌓여온 울분들이 내재돼 있던 타인종과 소수 이민자들은 조지 플로이드의 억울한 죽음을 계기로 분연히 일어난 것이다. 왜냐하면 다음 차례가 바로 내가 될 수 있다는 공포 때문이다.

결국 흑인과 한인들 뿐 아니라 사건의 목격자들인 백인들과 일반 시민들조차 거리로 뛰쳐나오게 만든 것이다. 그것도 코로나-19 전염병으로 인해 미국에서의 확진자가 무려 200만 명에 육박하고 사망자가 무려 12만 명이 발생한 심각한 상황이지만 그런 전염의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각 지역의 시민들이 서로 모여 어깨동무하며 연대를 형성하는 이유는 지금의 상황에서 볼 때 나도 플로이드가 될 수 있다는 절박함이 공감대를 형성케 한 것이다.

유색인종을 향한 미국 경찰의 무소불위 공권력에 치를 떨었고, 다음 순서가 자신일 수 있다는 공포와 분노가 지금의 미국인들을 움직이고 있다.(끝)

 

 

최재영 목사 약력

소셜 무브먼트 그룹 NK VISION 2020 설립자. 산하에 손정도목사기념학술원(역사), 동북아종교위원회(종교), 남북동반성장위원회(경제), 오작교포럼(언론), 문화예술위(문화) 등 다섯 개 기관을 두고 있다. 남과 북을 셔틀 왕래하며 집필과 강연활동을 통해 동포들에게 민족화합과 자주통일을 위한 새로운 이슈와 비전을 제시하는 통일운동가이자 대북사역자이다

*인터넷언론 프레스아리랑 대표

*NK VISION 2020 대표

*손정도목사기념학술원 원장

*동북아종교위원회 위원장

 

본 기고는 민플러스에도 게재 됐습니다.

< 외부 기고는 본지의 입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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