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추워도 이불 세 개로 버텨야지"…고물가에 냉기 도는 쪽방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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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추워도 이불 세 개로 버텨야지"…고물가에 냉기 도는 쪽방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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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1.2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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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다가오는데 무료급식소·연탄 은행 운영 어려움 고스란히 취약계층에 영향…"지자체 지원책 더 구체적이어야"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연탄도 안 때고 이불 서 개(세 개) 덮고 자는 거야."

21일 오전 11시 대전 동구 쪽방촌에서 30년째 혼자 사는 최모(87) 할아버지 보금자리를 찾았다.

월세 12만 원짜리 2평 남짓한 방에는 먼지 쌓인 물건들과 한사람 몸 누우면 꽉 찰 이부자리 공간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대전 동구 쪽방촌에 사는 최씨 할아버지 보금자리
[촬영 강수환]

방금 점심으로 떡 사 먹었는데 허허" 너털웃음 지으며 최씨 할아버지는 시루떡 팥 고물이 묻어있는 빈 봉지를 내어 보였다.

이날 아침은 컵라면으로 때웠다고 한다.

집에는 부엌도 없는 데다 곧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요리가 어려워 대부분의 끼니는 사 먹는다.

"이빨이 시원찮아서 주로 시장에서 순대국밥 사 먹어. 예전엔 국밥이 5천원이었는데 이제는 7,8천원은 줘야 해. 시장에 만 원 가지고 가믄 두 끼는 먹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한 끼 정도만 사 먹지 뭐."

고유가·고금리·고환율에 따른 고물가 장벽이 취약 계층의 삶에 빡빡하게 들어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식료품·비주류 음료 물가는 1년 전보다 7.9% 올랐고, 외식 등 음식 서비스 물가의 경우 8.7% 올랐다.

소득 1분위의 식비는 작년 동기와 비교하면 3.7% 늘었는데, 실질 소비는 정작 4.1% 감소했다.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지출 금액은 증가했지만, 실제 먹거리 소비는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근처 무료급식소와 인근 교회에서 일주일에 네 번 정도 한 끼니를 해결하는 최씨 할아버지에게 무료급식소는 고마운 존재다.

그러나 고물가 여파는 취약 계층을 위한 무료 급식소 운영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대전역 인근에서 일주일에 두 번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한 기관은 "지원금 없이 자체적인 후원금으로 무료급식을 진행하고 있는데, 운영비가 전년보다 체감상 최소 1.5배에서 2배는 늘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대전 동구 쪽방촌 골목
촬영 강수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최씨 할아버지는 수급비와 노령연금으로 한 달에 약 70만원의 지원금을 받고 있다.

부산에 있는 환갑 나이가 된 딸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라 부녀지간 모두 어려운 건 매한가지이다.

월세와 식비, 생활비를 내고 나면 빠듯한 금액이지만 아끼고 또 아껴서 돈을 모은다.

몇 년 전, 고혈압 때문에 쓰러져서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했을 때 돈 없는 서러움을 느꼈다고 한다.

"수급자라 나는 병원비 혜택이 있는데 이때 50만원을 내야 했어. 근데 의사가 날 보자마자 '돈 있냐'고 물어보는 거야. 주머니에서 애껴왔던 돈 보여주니까 그때서야 치료해주더라고. 그때 내가 돈 없었으면 죽었을 것 같더라니까."

지금 사는 집은 가스보일러도 나오지 않고 연탄도 땔 수 없다. 따뜻한 물로 샤워해 본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저렴한 집세 때문에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방 안에는 앞으로 더 추워질 겨울을 대비할 방한 제품도 하나 없었다.

그나마 있던 전기매트는 고장이 나 버렸다고 한다.

"춥지, 추운디 이불 세 개로 일단 버텨보는 거여. 그래도 더 추워지고 도저히 못 버티겠다 싶으면 그때 가서 (전기매트) 사려고."

몇 년 전 같은 건물에 살던 쪽방촌 이웃이 추운 겨울에 동사한 일을 겪었다는 최씨 할아버지는 그런데도 최대한 이 추운 겨울을 버텨보겠다고 했다.

텅텅 빈 연탄 창고, 경제난에 줄어든 도움의 손길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날 쪽방촌 곳곳에서는 때고 난 연탄이 보였다.

쪽방촌에서 16년째 혼자 사는 박모(62) 씨는 "기름보일러가 너무 비싸니까 연탄을 때는 건데, 연탄도 예전처럼 더는 저렴하지 않아서 요즘은 가스통을 사서 땐다"면서 "가스통 한 통도 작년보다 2천 원이 올라 5만2천원인데, 그래도 이거 한 통이면 한 달은 쓴다"고 토로했다.

동절기 한파가 예년보다 심할 것이라는 예보가 있는 가운데, 에너지 취약 계층에 연탄을 배달하는 연탄 은행도 운영에 애로가 생겼다.

연탄 은행은 연탄뿐만 아니라 기름과 가스 등 다른 에너지 자원에 대한 후원을 받고 이를 에너지 취약 계층에 지원한다.

연탄 외에도 등유는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은 도시 변두리 등에 사는 에너지 취약계층의 난방 연료로 사용돼 서민 연료로 불리기도 한다.

한 연탄 은행에 따르면 연탄 후원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자 수도 전년 대비 40% 줄었다.

충남 서산에서 연탄 은행을 운영하는 문덕암 목사는 "경제가 어렵다 보니까 사람들도 기본 의식주 비용 외에 나머지 부수적인 비용을 줄이려고 하는 것이 운영하면서 많이 느껴진다"면서 "연탄값은 동결돼 인상되지 않았으나, 연탄 배송비가 한 건당 100원에서 200원까지 올랐고, 등유도 예전엔 스무 가구를 지원했는데 올해는 한 가구만 지원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전역 쪽방촌 골목
[연합뉴스 자료사진]

'3고 심화' 상황에 겨울 한파까지 다가오자 각 지자체마다도 겨울철 취약계층을 위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대전시는 저소득 한부모가족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가정에 월동비와 에너지 바우처 등을 지원하고 있다.

쪽방 거주자에게는 목욕과 빨래를 지원하고, 밑반찬과 월동 제품 또한 제공할 예정이고 연료비도 10만7천원 지급된다.

충남도는 독거노인 생활관리사 등 전문인력이 취약계층을 방문하거나 유선으로 수시로 건강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며, 겨울철 마을경로당에 난방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복지 사각지대를 적극적으로 발굴해내고, 취약계층에 대한 지자체의 지원책이 지금보다 구체적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임진섭 배재대 영유아보육학과 교수는 "각 지역주민으로 구성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제도가 있는데, 이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사각지대에 있는 주민을 동사무소나 복지관에 연계시켜주는 일이 중요하다"면서 "먹고 사는 게 제일 중요한 문제이니만큼 안전한 주거를 위한 월동비, 식비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도 충분히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sw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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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f2416 2023-10-27 23:37:05
http://kin.naver.com/qna/detail.naver?d1id=12&dirId=1206&docId=357444742&page=1#answer2 9.13.20시 목원대 이희학 총장과 직원들..20일엔(정의당?)당원들 대전역 급식 봉사!근데 난 오뎅국 안먹어요.수산물이잖우~ http://kin.naver.com/qna/detail.naver?d1id=4&dirId=40502&docId=448690803&page=1#answer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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