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가짜 칼뱅 전문가들이 판을 치는 현실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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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짜 칼뱅 전문가들이 판을 치는 현실 속에서
  • 박성철 목사
  • 승인 2021.05.14 12:4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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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철 목사 (경희대 객원교수, 교회와사회연구소 소장. Ph.D.)

소위 보수교단 내 조직신학를 가르치는 자칭 개혁주의 전문가 혹은 칼뱅주의 전문가라는 사람들치고 라틴어나 프랑스어를 능숙하게 읽어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문제는 대부분의 근본주의 신학자들이 신학을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이해를 점검하는 학문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이나 세계관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21세기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언제까지 구시대의 유물과 같은 미국 사대주의나 영어 우월주의가 지배하는 신학판을 지켜보아야 할까?
박성철 목사 (Ph.D)
박성철 목사 (Ph.D)

한국의 보수교단과 신학교의 현실이 어떠한가?

교부들의 글도 안 읽고 현대 신학도 연구 안 하고 오직 영어로 번역된 칼뱅의 저작 일부와 영어로 된 제2차 자료 가지고 공부해서 미국에서 박사 학위받은 이들이 칼뱅 전문가랍시고 한국의 보수적인 신학대학에서 조직신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자신들이 속한 교단에서 주장하는 교리를 비판하는 이들을 향해 "이단"이니 "자유주의"니 하면서 마녀사냥을 하는데 나팔수 역할을 자처한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19 이후 보수 교단들 내에서 더욱 심해지고 있다.

하지만 보수 교단들을 향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는 학자들에 대한 마구잡이식 마녀사냥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그 교단들 내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학자'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 모든 현상들이 얼마나 부조리한가?

칼뱅은 미국 사람이 아니고 프랑스 사람이고 대부분의 저작을 라틴어와 프랑스어로 썼다.

그는 제네바에서 스위스 개혁 교회의 전통을 만들었지만 이후의 영국과 네델란드와 미국의 칼뱅주의자들은 마치 자신들의 전통을 칼뱅이 직접 만든 것처럼 주장한다. 그래서인지 이들 중 스위스 개혁교회 전통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런 역사적인 문제가 아니더라도 소위 보수교단 내 조직신학를 가르치는 자칭 개혁주의 전문가 혹은 칼뱅주의 전문가라는 사람들치고 라틴어나 프랑스어를 능숙하게 읽어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만약 율곡 이이나 퇴계 이황을 일본어나 중국어로 공부한 외국인이 스스로 전문가라고 으시댄다면 우리나라 학계에서 과연 전문가라고 인정해 줄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유독 칼뱅 연구에 있어서는 이러한 부조리가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통용되고 있다.

너무나 당연한 것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것은 이미 보수 신학계가 미국에 대한 사대주의 혹은 영어 우월주의에 빠져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물론 나의 문제 제기는 영어로 공부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영미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풍성한 연구는 너무나 중요하다.

실제로 내 주변에는 영미권에서 공부하고 귀국하여 훌륭한 연구 성과를 내는 이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율곡 이이와 퇴계 이황의 경우처럼 학문의 한계를 인정하는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처럼 학자들의 역사적 ·사회적 한계를 무시하는 교조주의적 태도는 학문의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박사 학위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박사 학위를 받고 나서 지속적으로 다양한 연구 결과물들을 살펴보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가는 학문적 자세이다.

 

모든 학자들은 '무엇을', '어디서' 연구했든지 박사 학위 이후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보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독일 신학자를 독일어권에서 연구를 했으니 다른 언어나 다른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구는 불필요하다"고 말한다면 나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 전공분야에 있어서도 영미권에서 나온 훌륭한 연구 결과물들을 얼마든지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학문적 연구에 있어 아무런 한계와 제한이 없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은 분명 학문에 대한 편협한 인식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근본주의 신학자들이 신학을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이해를 점검하는 학문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이나 세계관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근본주의 신학자들이 자꾸 사대주의나 우월주의에 빠지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신학의 도구화이다.

신학의 도구화는 일종의 하나님의 도구화라고 볼 수 있다.

하나님을 도구화하면서까지 특정 교단의 교리를 정당화하기 위해 내세우는 소위 미국 박사 학위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놈의 미제 박사 학위가 신앙의 왜곡을 정당화주는 도구로 전락한다면 영어로 된 칼뱅 자료만 가지고 연구하는 사람보다 차라리 한국어로 번역된 다양한 칼뱅에 대한 자료를 가지고 연구하는 것이 더 자신만의 견해를 정립하는데 유익하지 않을까?

21세기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언제까지 구시대의 유물과 같은 미국 사대주의나 영어 우월주의가 지배하는 신학판을 지켜보아야 할까?

이젠 그런 잘못된 유물을 내 버릴 때가 되지 않았는가?

 

 

박성철 목사 

총신대학교 졸업

독일 본대학 종교철학/ 조직신학 전공(Ph.D)

경희대학교 시민사회학 전공

경희대학교 객원교수/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 출처 : 박성철 목사 페이스북 >

(외부의 글은 본지의 입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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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덕 2021-06-22 17:28:14
문제는 대부분의 근본주의 신학자들이 신학을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이해를 점검하는 학문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이나 세계관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근본주의 신학자들이 자꾸 사대주의나 우월주의에 빠지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출처 : 합동투데이(http://www.hapdongtoday.com)


:이 부분에 대한 정확한 예시를 들어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글이네요.

최승덕 2021-06-22 17:27:37
비판하고자 하는 요지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말씀해주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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