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 선지동산 공동체에 드리는 서신 (유정욱 교수)
상태바
[총신] 선지동산 공동체에 드리는 서신 (유정욱 교수)
  • 합동투데이
  • 승인 2023.05.25 15: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정욱교수는 총신 포럼 지면에 24일 총신을 위해 드리는 서신을 발표했다.
본지는 그 내용을 전재하며 새로운 총장 출범을 맞는 총신 공동체의 소통을 돕고자 한다.(편집자주)

 

유정욱교수

주님의 이름으로 문안드립니다. 그간 평안들 하셨는지요? 살림살이는 나아지셨는지요?

선지동산의 평화가 여러분의 가정에까지 평안을 끼쳤는지요? 주님의 은혜로 혹은 각 개인의 신앙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을 것이라 여기며, 지난 4년간 여러분의 노고와 인내에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은 이재서 총장께서 4년의 임기를 마치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날입니다.

이렇게 공동체에 편지를 드리는 이유는 총신 사태와 이재서 총장의 출발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저로서는 선지동산 공동체에 마음의 빚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4년간 여러분은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저는 이틀 전 퇴임을 앞둔 이재서 총장의 특별 대담 기사(기독신문 2023, 05. 22)를 통해서 그의 노고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은 지난 4년을 어떻게 평가하고 계십니까?

여러분은 총신 사태 전후로 나누어 보다 나은 총신으로 변화되었다고 판단하고 계십니까? 그 판단과 평가는 전적으로 여러분의 몫입니다. 설령 부정적인 평가를 하시더라도 그 결과를 가지고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지난 4년간 여러분 각 개인이 어떤 협력과 노력을 했는지와 연결하여 평가하시고 그 평가 결과에 따라 공 또는 과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밖에서 바라본 총신은 지난 4년간 분주하였습니다. 그 분주함이 선지동산 공동체를 위한 분주함이었는지 혹은 개인 영달을 위한 분주함이었는지 저는 모릅니다. 다만 그 분주한 결과가 오늘의 총신인 것은 명확합니다. 오늘의 총신에 대해서 구성원으로서 높은 자긍심을 가지고 있으신지요? 혹은 부끄러움이 있다면 이는 전적으로 그렇게 느끼시는 개인의 몫입니다. 자신이 부끄러운 모습으로 지난 4년간을 보내왔다는 평가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오늘 총신의 모습은 여러분 자신의 모습입니다. 

결코 총신을 여러분 자신과 분리하지 마십시오. 

총신 공동체에 속해 있으면서도 남의 일처럼 여기거나 책임감 없는 이방인처럼 생활하면 안 됩니다. 총신 공동체를 단지 여러분 가정에 평안을 제공해 주는 곳간 정도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총신은 참새가 잠시 들리는 방앗간이 아닙니다.

총신 공동체 안의 여러분은 방앗간의 절구를 열심히 찍는 일꾼이 되어야 합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제가 여러분에게 드리는 주제넘는 질문을 드립니다.

여러분은 성경의 어느 인물을 롤모델로 삼고 살아가고 있으신지요?

롤모델이 꼭 위대한 인물일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기에 저는 늘 잘못하고 책망받고 회개하고 또 잘못하고 책망받는 이스라엘 백성처럼 살아왔습니다. 여러분은 마리아와 같은 삶을 살고 있으신지요? 아님 마르다와 같은 삶을 살고 있으신지요? 어떤 삶이라도 괜찮습니다. 다만 은화 30냥에 예수님을 배신한 가룟 유다처럼 총신 공동체의 발전을 저해하는 일에 동조하며 보직에 연연하는 일만 아니면 됩니다.

보직자는 총장을 보필하는 자입니다. 공과를 같이 하는 것이 보직자입니다. 총장 아래에서 호가호위(狐假虎威)하다가도 잘못된 일에는 총장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못난 보직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재서 총장을 보필한 보직자라면 이재서 총장의 퇴임과 함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신의 행적을 냉철하게 평가하여 보고 새롭게 봉사할 기회를 기다려 보는 것이 옳은 일입니다. 자신에 대한 평가도 없이 총장선출에 관여하여 박성규 신임 총장호에 메뚜기처럼 옮겨타는 민망함은 없었으면 합니다.

총신 공동체가 신앙의 본이 되는 아름다운 공동체, 꿈이 피어나는 공동체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총신 신대원의 신입생 대량 미달 사태는 총신의 현주소입니다. 아무리 사회적 여건이 그렇다 하여 전국 신대원의 입학률이 저조하다 하여 이를 빌미 삼아 자신들의 무능함을 정당화해서는 안 됩니다. 이럴수록 총신 신대원의 지원자가 다양화되면서 경쟁력이 오히려 높아졌어야 합니다. 입학자원이 감소한다 하여 서울 명문대학의 지원율과 경쟁력이 약화 되던가요? 지방 대학 수준의 경쟁력이 없는 대학들만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총신은 신학의 서울대학교, 이것이 총신 공동체의 자긍심 아닙니까?

제가 총신에 관심을 가지는 결정적 이유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기독교에 대한 인식의 바로미터가 총신이기 때문입니다. 장자 교단인 선지동산 총신이 바로 서면 기독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됩니다. 하지만 총신이 그릇된 길로 나아가면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선지동산 공동체에 속한 여러분의 책임입니다. 

여러분은 신앙적 멍에를 메고 있는 것입니다.

공동체의 한 일원임을 가볍게 여기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멍에를 잘 감당함이 자신의 명예를 지키는 일입니다. 지난 4년간 여러분은 자신의 멍에를 잘 감당하셨습니까? 부족함이 있지는 않으셨는지요? 새롭게 출발하는 박성규 총장의 총신에서도 그 부족함으로 일관하시겠습니까?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참여하시기를 바랍니다. 다만 옳지 않은 길에 부역하거나 부화뇌동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직을 걸고 충언하시기 바랍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또한 선지자나 사사와 같은 사명이 있음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를 외면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이제 저는 3년 3개월 전 총신을 떠나면서 제가 어디에 있던지 총신 발전을 위해 나름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거두어들이고자 합니다. 제가 총신에 애정을 쏟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지난 4년간 총신을 이끌어 오신 이재서 총장과 함께 총신을 떠납니다. 지난 4년간 총신을 이끌어 오신 이재서 총장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이재서 총장에게, 부정적 평가는 이재서 총장과 함께하지 못한 저의 책임으로 인식하겠습니다. 혹 지난 4년간 부족하거나 미흡함이 있었다면 저를 탓하여 주십시오. 그간 수고하신 이재서 총장의 노고만을 기억하여 주십시오.

제22대 총장으로 취임하시는 박성규 목사님을 잘 보필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학을 잘 모른다 하여 왜곡 보필하거나, 그 밑에서 호가호위하며 구성원들을 갈라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일에 더 이상 동조하거나 눈을 감고 외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총신 공동체에서 사역자의 길을 가는 여러분을 기억하겠습니다.

성삼위 하나님의 은혜와 평강이 충만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23. 5. 24.

총신대학교 은퇴교수 유정욱 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