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회공동기도문 없는 부활절 연합예배 ... 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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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교회공동기도문 없는 부활절 연합예배 ... 왜인가?
  • 합동투데이
  • 승인 2019.05.01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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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활절연합예배가 마친 후 조용하지만 자그만 소식이 날아들었다. 올해에는 남북교회공동기도문이 없었다는 것이다. 부활절에서 남북교회공동기도문이 발표된 이후 최초의 일이라고 한다. 남북교회의 공동기도문은 남북간의 교회를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해왔다. 부활절이라는 중요한 절기를 맞아 남북교회간 공동기도를 드리면서 남북교회의 관계를 확인하고 평화통일을 향한 입장을 확인하는 역할을 해온 것이다.

올 부활절 연합예배는 남북교회부활절공동기도문이 없는 첫번째 해로 기록됐다.
올 부활절 연합예배는 남북교회부활절공동기도문 없는 첫번째 해로 기록됐다.

 

그런데 올해는 이 공동기도문이 합의되지 못한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한교협)가 제안한 공동기도문만 발표됐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첫째는 최근 남북관계의 난항이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4.27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선언 이후 두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가운데 현재 한반도 정세는 모호한 긴장감이 계속되고 있다. 대화로도 대결로도 나아갈 수 있는 이중적 긴장 국면이 교차하는 가운데 북측에서는 남쪽 정권에게 중재자 촉진자가 아니라 당사자가 되어 적극적 자세와 입장이 되어 현 국면을 타개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4월 11일 한미정상회담 이후로도 별다른 입장의 변화가 없이 지금까지 견지해온 중재자적 입장을 계속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4.27판문점 선언 1주년을 보낸 지난 주도 북에서는 별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 파장이 남북교회의 부활절 공동기도문에게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문제는 더 심각한 것이다. 그동안 6.15 선언이후 십수년동안 계속됐던 종교계의 기도문 마저 막히게 됐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종교계의 남북교류는 남북간의 마지막 연결고리로 인식돼 온 것이 그동안의 남북관계를 다루어 온 사람들이 공통적인 인식이다. 그러므로 부활절 남북공동기도문 마저 닫는다면 북의 의지와 입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는 남쪽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한교협) 또한 정부에 대한 비판을 통해 정부의 적극적 정책을 이끌어내려하기 보다는 친정부적 태도로 현상 유지에 기여하지 않느냐는 북측의 불만을 담은 것 아닌가하는 분석이다.

이는 남쪽의 한교협이 정부에서 지원하는 행사인 DMZ 인간띠잇기 사업만 할 뿐, 정치적 역할이 없이 적극적인 정세 발전을 위해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북측 교회의 평가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시민단체와 함께 종교단체가 문재인 정권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당사자가 되어 적극적인 정책을 시행하도록 제시하고 견인해가야 함에도 정부의 의지를 끌어가고자하는 노력이 약함을 이번 기회에 북측에서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즉 이번 부활절 남북공동기도문의 불발을 통해 남쪽 사회에서 한교협의 역할을 강화해 줄 것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어쨌든 부활절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한교협은 이번 상황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냉철히 분석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면 남북교회간의 관계와 전반적 종교인 남북교류에도 영향과 후과를 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전개될 한교협의 대응이 주목받는 이유이다.

다음은 한교협이 북측의 조선그리스도교도연맹에 제안한 부활절 남북공동기도문이다.

본회가 조선그리스도교련맹에 제안한 부활절 남북공동기도문 초안입니다. 아직 조그련으로부터 회신이 오지않아 이 기도문 초안을 올립니다. 비록 합의되지 못한 기도문이지만 내일 부활절 예배시 꼭 사용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늦게라도 련맹에서 회신이 오면 재공지하겠습니다.

2019 부활절 남북(북남) 교회 공동 기도문

부활의 주님,

절망과 고난의 십자가를 넘어 부활의 새벽을 맞아 이제 더 이상 죽음에 매어 있지 않고 생명의 새 시대를 열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주님의 부활이 오늘 한(조선)반도의 평화의 봄을 경작하는 새 역사로 나타나게 하옵소서. 산마다 들마다 개나리와 진달래가 한껏 어우러지고 맑고 따뜻한 봄바람이 백두에서 한라까지 자유롭게 넘나들 듯이 반만년 우리 겨레의 마음도 분단과 냉전의 장벽을 넘어 산 따라 강 따라 마음껏 왕래하며 하나 됨을 느끼게 하옵소서.

은총의 주님,

작년 우리는 판문점의 기적을 떨리는 가슴으로 지켜보았습니다. 분열의 상징이었던 판문점이 평화와 통일, 번영의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70년 넘게 우리를 짓 눌러왔던 분단의 장벽이 무너져 내렸고, 우리는 새로운 화합과 상생의 시대로 힘차게 출발하였습니다. 평화를 향한 돌이킬 수 없는 이 길을 남과 북(북과 남)이 손잡고 나아갈 때 어떤 장애물이 있어도 기필코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주옵소서.

평화의 주님,

70년이 넘도록 전쟁의 고통을 끝내지 못하고 있는 한(조선)반도에 종전선언과 평화조약, 그리고 비핵화를 허락하시어 평화체제를 만들어 가게 하옵소서. 분단과 전쟁, 냉전과 제재로 이어지는 적대와 반목을 끝내고 한(조선)반도의 평화의 빛이 동북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퍼져 나가게 하옵소서. 남과 북 (북과 남), 해외의 모든 그리스도인들과 주민들이 한(조선)반도의 평화를 위해 힘써 일하도록 지혜와 능력을 더하여 주옵소서.

희망의 주님,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서울을 지나 군사분계선을 넘어 평양을 거치고 신의주를 통과하여 저 유라시아까지 달려가는 희망의 한(조선)반도를 꿈꾸어 봅니다. 새로운 시간의 분수령에 서서, 민족의 역사적 전환점에서 퇴보하지 않게 저희를 이끌어 주옵소서. 100년 전 이 땅에서 일제에 항거하여 온 겨레가 하나로 일어섰듯이, 2019년 남과 북(북과 남) 우리 겨레가 믿음과 평화의 손을 잡고 다시 일어서게 하옵소서. 부활하게 하옵소서.

끊어진 것을 다시 잇고 죽은 것을 살리시는 부활의 주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2019년 4월 21일 부활절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조선그리스도교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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