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칼럼]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다극적 국제 질서는 우리에게 어떤 삶을 약속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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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칼럼]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다극적 국제 질서는 우리에게 어떤 삶을 약속할까 ? 
  • 한설 예비역 준장
  • 승인 2022.04.24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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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설 교수 (예비역준장/ 순천향대 초빙교수)
4월 23일 우크라이나 상황

냉전이 종식되고 우리의 삶은 나아졌을까? 어떤 부분은 나아졌고 어떤 부분은 나빠졌다. 한국은 냉전의 종식으로 크게 덕을 본 경우다. 우선 시장이 확대되었다.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동구권으로 상품을 팔 수 있었다. 한국은 신자유주의로 가장 많은 이익을 본 국가에 속한다. 물론 최고로 이익을 본 국가는 미국이겠지만 한국도 상당한 이익을 보았다.

앞으로 미국의 일극체제가 붕괴되고 다극체제가 형성되면 세계는 어떻게 변할까? 진보를 믿는 많은 사람들은 미국의 일극체제가 무너지면 세계는 좀 더 평등해지고 우리는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나는 일반의 기대와 희망과는 정반대되는 상황이 조성되리라고 생각한다. 미국 일극 체제에 지친 사람들은 다극적 질서가 우리에게 희망을 가져다 주는 것 처럼 생각할 지 모른다. 그러나 앞으로 다가올 다극적 질서는 기회보다는 위기에 가까울 것이다.

자본주의라고 해서 모두 민주주의적 혹은 공화주의적 모습만을 띠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는 각국가의 여건과 상황에 따라서 다양한 정치제도를 지니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중국과 러시아를 사회주의 국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더 이상 사회주의국가가 아니다. 중국 공산당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고 해서 중국을 사회주의 국가라고 하기는 어렵다. 중국을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라 자본주의 국가라고 하는 것이 옳다. 미국을 자유시장자본주의 국가라고 한다면 중국은 국가독점자본주의 국가인 것이다. 중국은 전제적 자본주의체제인 것이다.

오늘날의 러시아는 더이상 사회주의인 소련이 아니다. 러시아 혁명이전의 러시아와 같은 강대국일 뿐이다. 러시아는 권위적인 정치체제하에 있지만, 경제체제로 보자면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는 자유시장자본주의 국가이다.

결국 형태는 다르겠지만 미국, 중국, 러시아 모두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모두 동일하다고 하겠다. 문제는 이런 자본주의 체제로 형성된 다극적 질서라는 것이 우리같은 국가들에게는 좋은 조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본주의 국가들은 어떤 과정을 거치든 제국주의적 양상과 형태를 지니게 된다.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제국주의적 양상과 행태를 띤다. 미국이 제국주의적 형태를 띠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자본의 팽창은 필연적이며 그로 인해 제국주의적 형태를 띨 수 밖에 없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도 이미 국가독점 자본주의 국가다. 여기에서 방점은 국가독점이 아닌 자본주의에 찍혀있다. 중국도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한 제국주의적 양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의 문호개방정책이나 중국의 일대일로나 사실상 아무런 차이도 없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러시아도 마찬가지로 제국주의적 형태를 띨 수 밖에 없다. 앞으로 러시아는 자원을 바탕으로 한 제국주의적 양상을 띠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볼때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은 기본적으로 제1,2차 세계대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선발제국주의와 후발제국주의의 충돌이다.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그리고 미국의 나토 동진과 그에 대항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런 모든 현상들은 모두 크게 보아 제국주의적 양태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냉전당시에는 이념적 대결이었기 때문에 제3세계는 비교적 우호적인 조건과 상황을 누릴 수 있었다. 제3세계의 해방은 모두 냉전의 결과였다. 소련이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었기 때문에 식민지 국가들이 독립을 할 수 있었다. 소련이 없었다면 아마도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의 독립은 어려웠을 것이다.

냉전의 종식으로 이념이 사라지고 이익만이 남는 세계에서 강대국들은 눈치보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마음껏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 냉전당시와 같은 대의나 명분은 앞으로 보기 어려워질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가 있었기에 서방은 자유로운 정치질서라는 대의를 주장했다.

제국주의 국가들만 남은 다극적 질서에서 자유로운 정치질서와 민족해방 같은 말은 별다른 가치나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자국들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정도에서 자유로운 정치라는 수사적 표현이 이용될 뿐이다.

다극화되는 것이 필연이라면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변화하는 안보환경에 적응하고 존속하고 번영할 수 있는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 다극적 사회에서는 지금과 같은 자유로운 교역은 불가능해질 것이다. 다극의 핵이 되는 국가들은 자국의 영향력이 미치는 권역별로 블록화해서 경제를 운영해나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런 블록을 넘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쉽지 않다. 아마도 일본과 독일 정도만 가능하지 않을까?

다극적 질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능력과 혜안 그리고 통찰력, 국민의 단결이 필요하다. 우리가 다극적 질서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런 총체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까? 현재의 정치상황을 보면서 절망감을 느낀다. 결국 정치가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극적 질서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민을 해야만 한다.

 

한설 예비역 준장
한설 예비역 준장

한설 

육군사관학교 졸업

예비역 준장

순천향대학교 초빙교수

 

출처 : 4월 17일자 한설 교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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