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획] 전환하는 세계 – 저무는 유일 제국 시대... 미국은 회복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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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획] 전환하는 세계 – 저무는 유일 제국 시대... 미국은 회복할 수 있는가?
  • 한설 (예비역 준장)
  • 승인 2024.01.11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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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획: 세계와 한반도 변화 속 한국교회의 길을 찾는다]

2024년 신년을 맞았습니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두 번째 해, 사실상 첫 해를 맞으며 세계는 시끄럽게 출발했습니다. 전쟁과 경제 위기 속에서 각종 갈등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이제 세계의 전쟁과 경제위기는 한반도와 한국사회로 다가오며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초저출산 위기의 영향으로 주일학교가 쇠퇴하고 미래 세대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한국교회 부흥기에 성장한 교회 지도력들이 교계를 이끌어가고 있지만, 교회성장이 멈춘 이후 신학교 미달과 사역자리 부족에 따른 교역자 조정기를 맞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교회의 생존전략은 찾지 못하고 ‘전도’ㆍ'회복'ㆍ‘부흥’이라는 전통적 구호만 부르짖고 있을 뿐입니다.

세계변화와 위기의 본질은 무엇이고, 교회의 정책과 선교는 무엇을 준비해야할 것인지 본지는 신년기획으로 모색해 본다.
미국의 시대는 지나가는가?...

 

글쓴이 : 한설(예비역 육군준장, 전 육군연구소소장 )

2024년 이후 국제정치를 관찰하는 핵심적인 주제를 하나만 지적하라고 하면 미국이 얼마나 빨리 패권적 지위를 상실하는가하는 문제일 것이다. 한국의 윤석열 정권과 그 지지자들은 여전히 미국이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위상을 유지할 것이란 전제하에 대외정책을 수립하고 있지만 이미 객관적인 조건들은 미국이 기울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미국이라는 배에 들어오는 물의 양이 퍼내는 양보다 더 많은 것이다.

여전히 미국이 처한 한계와 문제를 분명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같다. 한국과 같은 국가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대외적 상황변화에 매우 민감해야 한다. 지금처럼 변화에 둔감하면 생존하기가 어려워진다. 현재 한국은 불 위에 있는 냄비속에 들어가 있는 개구리같은 처지다. 당장은 미지근해서 기분이 좋은 것 같지만 조금만 있으면 그 물이 뜨거워져 삶겨버리고 말것이다.

냄비 속의 개구리 같은 한국... 한국교회는?

한국은 미국보다 더 시간이 없다. 미국은 자원이라도 많아서 어떻게 버티어 나갈 수는 있지만 한국같이 오로지 교역에 의존하는 국가는 국제정치질서가 완전하게 구축되고 형성되기 전에 움직여서 운신의 폭을 확보하지 않으면 현재의 위치도 유지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몇년동안 안보에 관한 글을 써온 가장 큰 이유가 한국의 인민이 국제정치의 변화에 대한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기대와 소망 때문이기도 하다. 객관적인 상황인식 능력을 상실하면 한국의 운명은 그야말로 풍전등화의 신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미국이 처한 현주소에 대해서 냉정하게 평가해보고자 한다. 미국을 평가함에 있어서 가장 주안을 두어야 할 것은 현재 미국의 패권적 지배체제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미국의 패권적 지배체제는 명백하게 기울고 있다.

미국의 패권적 지배체제가 기울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첫번째 증거는 달러지배체제의 약화이다. 미국의 패권적 지배체제의 핵심은 달러의 기축통화기능에 달려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동안 달러의 기축통화기능을 유지해왔던 가장 중요한 것이 페트로 달러체제였다. 페트로 달러체제와 함께 미국 달러는 세계 교역결재의 대부분을 담당해왔다. 그런데 최근들어서 페트로 달러체제는 거의 붕괴되었으며 국제교역에 있어서도 점처 미국 달러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페트로 달러 체제의 약화가 미국 달러 약화...

이와함께 미국은 더 이상 전세계에 달러를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미국이 전세계에 달러를 공급하려면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더 이상 국채를 발행하기 어렵게 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미국이 국채를 발행해도 사주는 국가가 없다는 말이다. 게다가 미국은 현재 약 34조 달러에 해당하는 국가채무를 짊어지고 있다. 그 규모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더 늘어난다. 국가채무의 이자를 갚기 위한 국채의 발행도 용이하지 않은 상황이다.

원래 페트로 달러체제라는 것이 미국의 경상수지적자를 전제로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영속적이기는 어려웠다. 미국은 페트로 달러체제를 유지하면서 발생하는 경상수지적자만큼 대외교역을 통해 달러를 벌어 들여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지속적인 이익율 저하의 경향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일본과 독일과 같은 산업생산국가들의 경쟁에서 밀려난 미국은 점점 금융산업과 첨단기술위주의 산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이 유일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금융자본이 외국의 자본시장에서 이익을 확보하여 들어오는 것이었다. 미국이 전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자본자유화를 강력하게 요구했던 것도 그런 이유때문이라고 하겠다.

한국도 IMF 이후 자본시장이 개방되면서 국내기업들의 수입이 자본시장을 통해 미국으로 넘어간 것도 사실이다. 한국의 경우는 신자유주의의 덕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일정정도를 미국에 상납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그렇지 못한 국가들은 상황이 달랐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첨예하게 된 가장 큰 이유도 미국 자본이 중국 자본시장에 접근하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자신과의 교역에서 거둔 흑자를 미국채를 사주기 바랬지만 2008년 이후 중국은 입장을 완전하게 선회해버린 것이다. 중국은 2008년 금융위기이후 미국의 무제한적인 달러 발행으로 그동안 인민들의 피땀으로 벌어들인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보면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중국이 미국채를 사주지 않고 오히려 미국채 규모를 줄여나가면서 미국은 위기에 봉착했다. 미국이 달러의 기축통화기능을 상실할 수 있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미국이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중국 자본시장의 개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키신저가 죽기전까지 중국을 방문하면서 세계대전 운운한 것은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 들여 자본시장을 개방하지 않으면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대만의 독립으로 중국을 압박하면서 자본시장 개방을 요구했으나 중국은 이런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미국 주도 국제경제질서와 체제가 다극화로 전면 재개편 중

현재는 미국이 주도했던 국제적인 경제질서와 체제가 전면적으로 재개편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페트로 달러체제는 사실상 붕괴되었다. 미국이 세일가스를 수출하고 LNG를 수출하는 상황에서 페트로 달러체제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 달러를 교역의 기준으로 삼았던 국제교역체제도 매우 빨리 변하고있다. 브릭스체제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국제적 교역에서 달러의 배제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을 중심으로 달러가 아닌 자국화폐를 이용한 교역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어떤 패권국가든 도전요인은 항상 존재한다. 패권국가들은 이런 도전을 극복하면서 지위를 강화해왔다. 그러나 현재 미국이 겪고 있는 도전요인들은 극복하기 어렵다. 페트로 달러체제로 되돌리기도 어렵고, 무역에서 달러의 비중을 과거처럼 되돌리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미국 달러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점점 늘고 있는 34조 달러 규모의 국가채무를 감당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다시 독일과 일본이나 한국 그리고 중국처럼 산업생산국가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잠시의 반전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현상도 일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앞으로 국제정치질서를 주도해 나갈 국가들은 러시아, 중국, 이란, 인도를 중심으로 한 유라시아 국가들과 글로벌 사우스(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의 제3세계 가난한 국가들) 가 될 것이다. 아직 이들이 무대의 주인으로 등장하지 않았을 뿐이다. 미국과 집단서방이 주인공이었던 연극의 제1막의 막이 내려가고 있다. 얼마있지 않아 글로벌 사우스가 주인공이 되는 제2막이 시작될 것이다. 한국도 준비를 하지 않으면 1막을 끝으로 무대에서 내려와야 할지 모른다.

미국 패권유지가 구조적 한계에 부딪히면서 글로벌 사우스가 도전하게 된 것

국제정치적 현상이 변화하는 것은 미국의 패권적 지위가 약화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글로벌 사우스의 도전으로 미국의 패권적 지위가 약화된 것이 아니다. 미국의 패권유지를 위한 구조적 한계에 봉착하면서 글로벌 사우스 국가가 본격적인 도전을 한 것이고 보아야 할 것이다. 언론을 장식하는 국제정치적 변화는 표피적 현상에 불과하다. 이미 미국의 패권을 유지해오던 구조가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아무리 군사력을 강화하더라도 이미 기울어버린 현재의 상황을 되돌릴수는 없다.

미국이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빈부격차의 해소다. 그러나 그런 방법은 불가능하다. 지금 이순간에도 미국의 빈부격차는 점점 심화되고 있을 뿐이다. 미국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것은 현재 직면한 대부분의 문제가 외부의 도전이 아니라 내부의 모순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외부의 도전이 없지는 않았겠지만, 그런 것도 내부의 모순이 외부의 도전을 더욱 확대재생산시켜 버렸다고 할 것이다.

 

한설 예비역 준장
한설 예비역 준장

 

 

(이글은 한설 예비역 준장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로 필자의 허락을 받아 싣는 것입니다. 본지의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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